‘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소장자료 다수 우수한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


문화유산급 초상화, 무덤 출토복식 등 전의이씨 가문 유물 총 33건 36점 기증받아

 

뉴스100 기자 |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지난 12월 12일 전의이씨 청강공파화수회·지범공파화수회 초상화 영인본 증정식을 개최했다. 올해 3월 31일 전의이씨 가문의 보물 33건 36점을 기증받은 이후 실학박물관은 유물의 성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하기 위한 연구와 보존처리를 실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초상화 영인본을 제작했다. 이번 행사는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기증자에 영인본을 전달하며 문화나눔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전의이씨 후손 20여 명이 참여했다.

 

또한 소장자료 중에서 김육 초상을 비롯한 초상함·흑장통 5점과 박규수의 평혼의·간평의 3점이 '김육 초상 일괄', '박규수의 평혼의·간평의'로 각각 경기도 유형문화유산과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지정·등록됐다. '김육 초상 일괄'은 대동법을 고안한 실학자 김육의 모습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이자, 17세기 전반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회화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박규수의 평혼의·간평의'는 실학자 박규수가 혼천의를 평면화해서 만든 휴대용 관측 천문도로서, 과학기술사 분야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실학박물관은 2025년에는 전의이씨 기증유물 중 전적류 및 인장 분야 연구를 강화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실학문화유산의 체계적인 수집·연구·보존·전시를 통해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도민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전의이씨 청강공파화수회·지범공파화수회’ 총 33건 36점 기증유물의 가치 정립

 

전의이씨는 조선시대 문무를 겸비한 실무관료로 활동했고, 청렴한 관직 활동으로 ‘청백리 집안’으로 널리 알려진 가문이다. 실학박물관은 지난 4월부터 약 7개월 간 전의이씨 청강공파화수회와 지범공파화수회 등 두 화수회에서 기증받은 36점 중 초상화와 출토 복식을 비롯한 유물 12점에 대한 전문가 평가를 진행했으며 다음과 같은 성과를 얻었다.

 

첫 번째, 전의이씨 가문의 문화유산급 초상 4점 가치 확인

 

실학박물관이 기증받은 초상은 이제신의 둘째 아들 이수준(李壽俊, 1559~1607)과 후대손 이덕수(李德壽, 1673~1744)와 그의 아들 이산배(李山培, 1703~1732)가 그려진 초상화 4점이다.

 

'이수준 초상'은 신익성(申翊聖, 1588~1644)이 지은 『소전(小傳)』에 따르면 1583년 이수준은 병환이 위독한 부친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 뼈를 부러뜨려 피를 낸 뒤 약에 섞어 올렸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초상에서 왼손 약지가 절단된 채 그려졌는데 이는 이수준의 효행을 표현한 것이다. '이덕수 초상'은 유복본과 관복본 각각 1점씩이 전한다. 우선 전신좌상으로 그린 '이덕수 초상 유복본'은 화면 좌측 하단에 “宗眞殿挍書兼內閣纂修施鈺, 爲東國李太史寫照”란 제기가 적혀있어 중국 청나라 시옥이라는 화가가 1733년에 그린 초상임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장학주라는 화가가 그린 '이덕수 초상 관복본' 반신상은 『사진소발(寫眞小跋)』에서 1742년 70세가 되어 기로소에 입소한 뒤 동갑인 윤양래(尹陽來, 1673~1751)와 함께 초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제작 연도 및 역사적 기록이 명확한 초상화라는 점으로 매우 가치가 뛰어나다. '이산배 초상 유복본' 반신상은 함세휘라는 화가가 그린 초상이다. 이산배가 사망한 후에 그렸다고 한다.

 

'이덕수 초상' 두 점 중 유복본은 중국 사행의 기록화로서 상당히 가치가 높으며 관복본 또한 완성도 높은 기량이 표현되어 있어 인물사에서뿐만 아니라 18세기 조선 후기에 제작한 초상화 중에서 손꼽히는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두 번째, 16세기 사대부 이인손 출토복식 보존처리 성과

 

기증유물 중 이제신의 조부인 이인손(李仁孫, 1477~1543)의 묘소에서 출토한 복식 6점은 조선시대 복식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 이 유물은 1997년 3월 묘역을 이장할 때 수습했는데, 상의와 하의를 따로 구성하여 허리에 연결한 철릭 3점, 깃이 곧고 소매가 넓은 웃옷인 직령 1점, 옆트임이 있는 반소매 포인 답호 1점 및 조아 1점이다.

 

기증 후 실학박물관은 보존처리와 연구를 통해 이인손 묘 출토복식이 16세기 복식사, 직물사, 생활사 연구에 귀중한 소장자료임을 확인했다. 조선시대 출토복식사에 있어 상당히 이른 시기의 복식으로서 사대부 복식의 가장 기본적인 겉옷의 형태와 바느질 기법, 직물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12일 오전 11시 실학박물관 열수홀에서 전의이씨 가문의 후손 2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초상화 영인본 증정식을 개최하여 위와 같은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청강공파화수회 이상진 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 선조들이 귀중히 물려주신 소중한 유물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여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2025년도 실학박물관은 기증유물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한 전적류 및 인장 분야에 대해서 보다 면밀하게 연구할 예정이다.

 

‘김육 초상 일괄’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지정이 되기까지

 

실학박물관 소장자료 중 ‘김육 초상 일괄’은 지난 11월 29일 경기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김육 초상 일괄’은 2009년 실학박물관 개관 전후에 청풍김씨 가문 기증유물 중 ‘대동법’으로 대표되는 실학자 ‘김육’에 대한 유물 5점으로, 초상화 3점과 초상함·흑장통 등이 있다.

 

김육 초상 3점은 17세기 인물초상화 연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전신좌상본'과 '와룡관본' 2점은 긴 화축의 형태이고 나머지 화첩본 1점은 화첩 형태로 장황됐다. 김육의 초상화 '전신좌상본'과 '와룡관본'은 1637년 그가 사행했을 때 남방 출신의 화가 호병(胡炳)에게 그려온 것으로 공복 초상과 학창의에 와룡관을 착의한 초상 위에 모두 호병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전신좌상본 화면 우측 상단에는 ‘영의정잠곡김문정공화상(領議政潛谷金文貞公畵像)’이라는 제목과 함께 숙종(肅宗)의 어제찬(御製贊)이 있으며 와룡관본 역시 ‘잠곡김문정공소상(潛谷金文貞公小像)’이라는 제목과 함께 영조가 1751년 2월 3일에 쓴 어제찬이 남겨져 있다.

 

'화첩본'은 후손들이 김육과 관련된 내용을 모아 32면으로 장첩한 것으로 4편의 어제와 1점의 김육 반신상, 1편의 화상찬, 계회서, 좌목, 연작시 등이 함께 실려있다. 3면부터 6면까지 어제가 기록되어 있는데, 숙종의 어제는 현손(玄孫)인 김성하(金聖廈), 영조의 어제는 5세손인 김시묵(金時黙 : 정조의 장인), 정조의 어제는 김지묵(김시묵의 사촌)이 글씨를 썼다. 그중 김육 반신상은 1634년부터 1644년까지 원손보양관으로 심양관소에 파견됐을 때 절강성 출신 화가 맹영광(孟英光)이 그려준 초상화로 ‘영의정잠곡김문정공소진(領議政潛谷金文貞公小眞)’이라는 제목이 있고, 좌측에는 맹영광의 화기가 전하고 있다. 이번 지정신청 대상인 김육 초상은 외증손이던 숙종은 물론, 영조, 정조와 김육의 사돈이었던 동양위 신익성에 이르기까지 친히 열람하여 화상찬을 남기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여 주목된다.

 

또한 청풍김씨 가문에서 김육 초상을 보관했다고 전해져 온 직사각형 목조궤(木造櫃)인 '초상함'과 흑칠한 긴 원통형 합인 '흑장통(黑長筒)'이다. 2017년 보존처리 사업으로 흑장통의 기존 칠막을 제거하고 다시 옻칠을 칠하게 되면서 기존 칠에 묻혀있던 국화동 배목 바탕과 둥근 고리가 붙은 장석을 확인하게 됐다. 이를 통해 초상함과 흑장통 모두 김육가문이 전하는 희소한 유형의 조선 왕실 공예품 모습의 금속 장식이 부착되어 있는 희소한 자료 중의 하나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 문화유산 지정신청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본 소장자료 ‘김육 초상 일괄’은 조선시대 대동법으로 국가 재정의 제도화를 진전시킨 김육이라는 인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로서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하고 전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유일한 사례이다. 특히 초상화와 화첩본은 청풍김씨 가문의 당대 정치적 세력화 양상을 비롯하여 17세기 전반 중국과의 문화적 교류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회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음에 주목하여 지난 11월 29일자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416호로 지정됐다.

 

‘박규수의 평혼의(平渾儀)·간평의(簡平儀)’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이 되기까지

 

실학박물관 소장자료 중 박규수(朴珪壽, 1807~1877)의 ‘평혼의·간평의’는 과학기술사 분야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2월 10일부로 제19호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로 등록됐다. 실학자 박규수가 1850년대에 만든 평혼의·간평의는 혼천의를 간편화해 평면에 투영시킨 휴대용 관측 천문도로서 조선의 실학자들의 천문학의 이해 수준과 과학기술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당시 용강지역의 북극 고도를 측정하고 노인성(老人星, 남극성)을 관찰하는 등 천문관측에 몰두했던 박규수는 이 무렵 관측을 위한 천문의기인 평혼의를 손수 만들기도 했던 것으로 추측되며, 노인성을 관측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명말에 예수회 신부 우르시스(Ursis : 熊三拔)가 처음 만들었던 간평의를 시작으로 1611년에 저술된 『간평의설』은 우르시스가 강연한 것을 서광계(徐光啟)가 기록한 것인데, 박규수는 이를 참조하여 우르시스의 간평의를 더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지평을 38도 한양고도에 고정해 놓아 한양의 절기별 일출입 내지 주야시간을 알아내는 데만 쓸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하반에 지름 2.4cm의 소형 원반이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회전할 수 있고, 흑백으로 2등분 되어 있는 점으로 보아 지구의 낮과 밤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겉면에 “平渾儀 瓛堂手製 簡平儀 小本 附”라고 쓰여 있어 환재 박규수가 만들었으며, 간평의도 제작하여 함께 동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 제작되어 현전하는 지본(紙本) 간평의로서 희귀성을 가지며, 특히 평혼의는 천문학과 금속제 평혼의 제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본 소장자료 박규수의 평혼의와 간평의는 천문과학기술적인 면에서 가치를 지니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자가 박규수라는 점에서도 역사적 의의가 있다. 박규수는 실학자 박지원의 손자이자 고종 재위기 활약한 문신이며, 조부의 북학사상 계승하여 개화파에게 영향을 미친 개화파의 스승이다. 간평의와 평혼의는 박규수의 학문사상을 조명하는데도 유의미한 자료로서 역사적·교육적인 가치를 높이 사 올해의 과학기술사 제19호(NSH40020001)로 등록됐다.

 

실학박물관은 소장자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술 활동과 연 2회 이상의 특별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했으며 특히 올해는 개관 15주년을 맞아 지역 연계와 협력을 강화한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09년 개관 이래 조선 후기 실학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박물관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김필국 관장은 “이번 국가중요과학기술자료 등록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지정으로 소장자료의 가치를 인정받아 매우 영광스럽다”고 전하며 앞으로도 “우수한 문화유산을 지속해서 발굴해 문화재 지정을 통한 지역 문화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는 물론 문화재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출처 : 경기문화재단]